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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교회, ‘교남 소망의 집’의 추억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기원섭 작성일19-06-19 10:04 조회570회 댓글1건

본문


 

서울시민교회, ‘교남 소망의 집의 추억

 

 

무시로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 있다.

 

교남 소망의 집의 추억이다.

 

그 추억이 무시로 떠오르는 것은, 내 인생의 가치관을 180도로 확 꺾은 사연이 그 추억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17년 전으로 거슬러, 내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공안과장에 총무과장까지 겸직을 하고 있을 때인 200212월의 일이다.

 

마침 연말이 되어서, 관내 불우이웃들을 위문한답시고 이곳저곳 시설들을 찾아다녀야 했었다.

 

그 중에 한 곳에서 있었던 사연이 내 인생의 가치관을 정반대로 바꿔치기하도록 한 것이다.

 

바로 교남 소망의 집이라는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재활 시설이었다.

 

할아버지!”

 

그 시설 마당으로 막 들어서는 순간, 20m 저 멀리서 그렇게 외치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소년이 하나 있었다.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이었으나, 가까이 다가오는 그 소년의 행색을 보고는 슬금슬금 마음의 반전이 일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뒤뚱거리는데다가, 벌린 입 속으로 보이는 이빨이 날카로운 톱니처럼 불규칙적인 것이, 내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 소년의 달려오는 품새로 봐서는 분명히 내게 확 안겨들려고 할 것인데, 그 안겨드는 소년을 같이 안아줄 것인가 말 것인가로 찰나의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2, 3m 앞에서 달려오는 것을 멈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마음의 반전이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뇌리를 치고 나가는 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 소년이 내 마음을 읽었구나 하는 바로 그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장애의 그 소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내 양심의 세계에서 쪽팔리기 시작했다.

 

그 쪽팔림이 싫었다.

 

그래서 옆에서 동행하고 있는 원장에게 물었다.

 

달려오던 저 아이가 딱 멈춰서네요.”

 

내 그렇게 물으면서, 나름으로 기대하는 답이 있었다.

 

정신지체가 있어서 그렇다는 그 답을 기대했다.

 

그런데 내 그 기대는 곧바로 무너지고 말았다.

 

원장이 그리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리 답했다.

 

걔가 선생님 마음을 읽었네요.”

 

그 답을 듣는 순간, 나는 내 전신을 소스라치게 치고 지나가는 한 줄기 전율을 느껴야만 했다.

 

이제는 내 비겁한 양심이 원장에게까지 들켰다는 부끄러움에서였다.

 

불우이웃을 위문한다는 그 따뜻한 명분은 내 그 가증스러운 처신으로 차갑게 먹칠되고 말았다.

 

너무나 낯 뜨거운 부끄러움이었지만, 그 부끄러움은 지금껏 권위주의적이었던 내 인생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인간적인 가치관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됐다.

 

단적인 예를 들어, 그동안 개인적 책임으로 몰아붙이던 장애를, 사회적 책임으로 보는 가치관으로 바뀐 것이다.

 

행복에 대한 가치관도 마찬가지로 바뀌었다.

 

지난날은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조건을 행복의 전제로 생각했었다.

 

그게 아님을 깨우쳤다.

 

스스로 마음에서 지어내는 것이 행복임을 알았다.

 

그래서 범사에 감사할 수밖에 없음도 깨우치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내가 행복과 관련해서 지어낸 캐치프레이즈가 하나 있다.

 

곧 이렇다.

 

행복은 마음으로 짓는다고 합니다. 작은 마음으로 짓는 작은 행복을 추구합니다.’

 

 

또 그 추억이 떠올랐다.

 

지난 주일인 2019616일의 일이다.

 

내 고향땅 문경의 텃밭 햇비농원에서, 예초기로 잡초를 베고,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밭에 진딧물 약을 치고, 익은 매실을 따는 둥해서, 딱 하루 농사를 짓고 되돌아온 바로 그 주일이었다.

 

서울로 되돌아오자마자 곧장 나와 아내가 적을 두고 다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시민교회를 찾았다.

 

이날 오전 930분부터 시작되는 2부 예배를 드릴 작정에서였다.

 

권 목사님은 이날 예배에서, 성경 구약 민수기 91절로부터 23절까지의 구절을 인용하셔서, ‘피 안에 구름 안에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셨다.

 

하나님이 모세를 내세워 유대인들을 애급 땅에서 탈출을 시키실 때에,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게 하고 그 표시로 유대인들의 장자를 살려내신 날을 기념하는 유월절(逾越節)의 유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독교인으로서 온전한 마음가짐에 대한 말씀 선포였다.

 

특히 이날은 세례교인들이 예수님의 살과 피를 상징하는 떡과 포도주를 마시는 성찬식에, 우리 교회 장애우들이 함께 하는 예배였다.

 

시종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으니, 권 목사님은 정상의 교인들과 함께 하는 예배와 똑 같이 평온하게 예배를 인도하셨다.

 

그렇게 장애우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권 목사님의 설교를 듣다보니, 내 지난날에 큰 깨우침을 얻었던 바로 그 교남 소망의 집의 추억을 또 한 번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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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국님의 댓글

안희국 작성일

집사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 빙그레 웃어봅니다. 저도 거의 10년은 넘은듯합니다.  시민교회로 온지도 얼마안되어서 모든 것이 새롭고 은혜로 가득한때 휴가를 내어서 희망부 봉사로 1박2일로 남편과 같이 참여를 했습니다.그때나 지금이나 희망부 선생님들을 향한 동경으로 가 보았습니다. 낮에는 수영을 한다고 작은 풀장으로 기억되는데 아이들과 물속에서 공놀이를 하면서 놀던중 한 아이가 선생님 손에 이끌려 나가는것이예요...저는 궁금해서 쫓아가보았습니다.  그 아이가 풀장에서 그만 큰볼일을 보았어요..선생님을 욕실로 데리고 가서 말끔히 씻기면서 [ 그러니까 찬 물에 들어가기전에는 많이 먹으면 안되는거예요...알겠지? ] 하시면서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몸을 닦고 예쁘다면서 볼에다 입을 맞추면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혔습니다.  저는 다음날 까지 그 풀장에 들어가지 않았구요...그리고 저녁이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한 방에서 열명정도 자고 있는데 자던중에 머리맡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벌떡 일어나보니 신발장 근처 내 머리맡에서 쉬를 하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어요.  나는 뜬눈으로 밤을 새고 선생님은 걸레로 쉬를 닦아내고 또 닦으면서 나보고 어서 자라고 걱정하지 말고 그 아이는 내가 안고 잘테니까

집사님...저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희망부 선생님은 나는 아니구나....
아이들이 정말 우리 마음을 먼저 알고 있어서 선생님들은 그 아이들의 천진한 마음때문에 주일마다 은혜를 받고 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정말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집사님 저도 집사님 못지않게 부족하고 이중적인 모습이 많이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시니 정말로 감사하고 감사하답니다.... 그런 못난 모습때문에 그냥 주저않고 싶지 않아요...
또 다른 모양으로 살게 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회개하면서 따라가고 있습니다.
집사님의 솔직한 마음 주님께서 좋아하실거예요 ~~~~
저도 집사님의 이런 모습  주 안에서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섬세한 글솜씨도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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