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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연주자 - (2014.12.13일자 국민일보 - 노희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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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인순 작성일15-05-21 14:20 조회3,830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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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믿음의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송 집사가 하나님을 처음 만난 건 1988년 미국에 건너가서다.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면서 그는 쫓기듯 미국 이모네로 갔다. 공부를 잘했던 누나와 달리 키 작고, 운동 못하고, 말이 안 통했던 어린 솔나무는 왕따였다. 아이들의 조롱을 피해 몸을 숨길 곳은 학교 화장실. 변기에 쭈그리고 앉아 서럽게 흐느꼈다.
“그때 하나님이 화장실로 저를 찾아오셨어요. ‘나무야, 내가 여기 있다.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주면 안되겠니?’ 벅찬 감동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을 친구 삼아 무작정 그분을 믿고 의지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화장실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플루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밴드부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분의 권유로 플루트를 불었지요. ‘도레미파솔라시도’ ‘나비야’를 불었는데 선생님이 잘한다며 놀라시더라고요. 내친김에 ‘애국가’까지 불었어요. 바로 밴드부에서 활동하게 됐지요.”
그날의 자신감은 13세에 줄리아드 프리스쿨(예비학교) 장학생으로 합격하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레슨 한 번 받아본 적 없고, 고가의 악기를 가졌던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시험 당일, 교수들이 그의 연습용 플루트를 서로 돌려보며 웃었을까. 하지만 그 웃음은 천재를 발견한 환호에서 나온 거였다. 이후 뉴욕 카네기홀, 링컨센터에서 수차례 독주회를 가졌다. 스위스로 유학을 떠난 그는 로잔국립음악원에서 플루트를 전공하고, 열방대학에서 제자훈련을 받는 등 실력과 함께 신앙적으로도 한층 성숙하며 음악가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그거 아세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사람도 한순간에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을요. 돈이나 명예, 이성 등의 유혹에 넘어지는 사역자들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우리는 그런 것들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계속 싸웁니다.”
순종으로만 달려온 10년의 세월
유학 중에 그는 악기를 세 차례 도둑맞았다. 처음과 두 번째는 그냥 넘겼는데, 1000만원이 넘는 비싼 악기를 잃어버린 세 번째 상황은 좀 달랐다. 입에선 원망의 소리가 마구 쏟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렸을 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큰 상실감에 하나님을 멀리했다. 이후 대중가수 앨범 및 영화와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세상 음악에 푹 빠져 지냈다. 돈을 많이 벌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 가는 것도 잊었다. 7년 동안 가끔 아는 형을 따라 온누리교회 열린예배에 나가는 정도였다. 어딘지 영 개운치 않았다.
“어느 날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지금 하나님께 돌아오고 싶은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형이 옆에서 툭툭 쳤는데, 꿈쩍 안했지요. 또 목사님이 ‘지금 하나님께 돌아오려는 영혼이 있다고 하십니다. 용기를 내세요’라고 재차 말씀하시더라고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마음 가운데 이런 음성이 들렸습니다. ‘나무야, 네가 스위스에서 도둑맞은 게 무엇이냐?’ 제가 도둑맞은 건 악기가 아니었어요. ‘예수님의 첫사랑을 도둑맞았습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2004년, 주님과의 첫사랑을 회복했다. 그리고 비로소 10년. 하나님 한분만을 보면서 순종하며 달려온 시간이다. 그는 하나님의 연주자로서 전 세계 86개국을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같은 나라를 10번 이상 간 적도 있다. 일본이 그렇고, 제자 아구스가 있는 인도네시아도 그렇다. 아구스는 무슬림 지역인 인도네시아 쓰마랑에서 신실하게 하나님을 믿는 청년이다. 쓰마랑교회의 유일한 플루티스트이기도 하다.
"제가 악기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세상에나! 입을 대는 헤드 부분은 녹슬었고, 키패드는 도화지 같은 것이 대신 끼워져 있더라고요. 키를 지탱하는 철사 대신 플라스틱 밴드와 고무줄이 있고. 그 플루트를 가지고 독학했다는 겁니다. 아구스가 제대로 레슨 한번 받고 싶다고 청하더라고요. 6일 동안 호텔에서 매일 레슨을 해줬어요. 전공자용 플루트도 선물했지요. 석 달에 한 번씩 인도네시아에 가서 무료 레슨을 했답니다. 2년 전부터는 인터넷으로 강의했고요."
쓰마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었는데, 믿지 않던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하는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플루트에 복음을 싣고 이슬람권을 비롯, 북한 중국 베트남에까지 들어갔다. 그곳에서 꼭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악기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연주할 때 3∼5가지 악기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 연주할 때는 은으로 만든 알토 플루트죠. '허준'에서 부른 악기입니다. 다음은 세계에서 2대밖에 없는 18K 플래티넘 헤드로 제작한 플루트. 마지막은 흔한 나무 재질로 된 휘슬(낡아서 버렸던 것을 본드 붙여 사용 중이다)입니다. 어떤 것으로 연주할 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지 아세요? 휘슬입니다. 돈으로 따지면 알토 플루트는 2000만원, 두 번째 것은 억대, 휘슬은 1만5000원 정도로 어디서든 구입이 가능해요. '동이' 녹음할 때 휘슬로 불었어요. 이 악기 하나 때문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협연하러 비행기를 타고 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과 은 같은 악기가 아니에요. '누구 손에 붙들린 악기인가'라는 거죠. 연주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듯 주님께서 우리 인생을 연주하시면 상상을 초월하는 소리가 납니다. 하나님이 연주하시면 우리 인생이 달라집니다. 하나님을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진짜 친구'를 만나라고 합니다. 진짜 나를 사랑해주는 진정한 친구요. 겉모습을 보고 인정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값어치를 인정해주는, 내 삶을 아름답게 해주는 진짜 친구 말입니다."
매니저이신 하나님
100명 미만의 교회를 갈 때는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300명이 넘는 교회에선 무조건 300만원을 받는다, 일은 무조건 들어오는 순서대로 한다, 매니저를 두지 않는다….
10년 전 하나님의 연주자로 본격 나서며 그가 세운 철칙이다. 절대 변하지 않는다. 왜냐? 매니저이신 하나님과 계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미자립교회 세 곳에서 와달라고 요청이 와요. 중간에 큰 교회에서 불러주면 솔직히 생큐죠. 그런데 전 안 가요. 10년 동안 하나님이 그것을 가르쳐주셨어요. 하지만 이런 교회가 있어요. 사례비를 안 받는다고 하니 저를 쉽게 생각하는 거죠. 연락도 없고 무성의해요. 제가 오히려 전화해서 못 간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귀하게 생각해주는 곳에 마음이 쓰이는 건 당연한 겁니다. 사례비를 줄 수 없지만 간절히 사모하면 어떻게 안 가겠어요? 매니저 없이 그분과 동행하면서 순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실 그는 열악하다. 재정적 어려움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연주자로서 '최악의 조건'을 갖고 있다. 덧니에 왼손 새끼손가락은 한 마디가 짧다. 사고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은 오른쪽 다리는 왼쪽에 비해 70%밖에 못 쓴다. 연주 때 오래 서 있는 게 힘들다. 게다가 그는 폐의 64%밖에 못 쓰는 심한 천식 환자다. 2006년부터 복용하는 천식 약이 우울증과 불면증, 공황장애를 유발해 연주를 마치고 피곤해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7년 전에는 의사로부터 플루트를 그만두고 시골에서 요양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당신 구원받았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해요. 그러면 '구원받았다는 걸 어떻게 믿느냐'고 또 물으면 그냥 믿는대요. 막연히 믿는 건 믿음이 아니에요. 구원받았다는 걸 어떻게 확신하냐고요? 성령이 내 안에 계세요. 성령이 있는 걸 그럼 어떻게 증명할까요? 내 안에 계신 성령이 예수님을 증거하게 하세요. 이게 정답이에요. 성령 충만하다면 전도를 해야 합니다. 삶으로 한가하게 간증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그는 지난해 간증집 '하나님의 연주자'(규장)를 출간하면서 이런 다짐을 했다. "내 직업은 연주자가 아니라 사명자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다. 악기를 잘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진짜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데 쓰임받기 위해서다. 세상의 연주를 잘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하나님 한 분만을 위해 연주하는 '하나님의 연주자'들이 더 많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란다."(227쪽) 비록 연약한 육신이지만 그가 '초인적' 삶을 살고 있는 진짜 이유다.
댓글목록
안희국님의 댓글
안희국 작성일
우리 최 집사는 어디서 이렇게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해서 우리 성도들의 귀와 마음을 풍요롭게 하시는지 놀랍고 또 대단한 집사님이십니다.
좋은 간증과 음악이 교회 홈페지를 채우니 볼거리가 많아서 아주 즐겁습니다. 집사님 한 사람의 수고가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줍니다.
집사님 감사합니다~~~
최인순님의 댓글
최인순 작성일
아~ 권사님~!
조용한 곳에 있다보니 유튜브에 올려진 간증이나 설교를 자주 접하게 되네요.
혼자 감동하기에 벅차서 어릴 때 언니 저금통 표안나게 손댔던 실력을 바탕으로
가뿐하게 업어 오는데 보쌈 재미도 쏠쏠하네요.
호기심(으~심)도 많아서 검증할만한 자료를 찾아 보면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기원섭님의 댓글
기원섭 작성일들리는 플루트 소리에서 하나님을 되찾고, 그리고 이어지는 기적들...제 가슴에 새겨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