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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교회, 단련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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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원섭 작성일14-06-07 15:38 조회3,68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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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교회, 단련의 시간들

 

 

나는 교회를 다닌다.

 

우리 교회는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 대공원 후문에서 가까운 대한예수교장로회 서울시민교회다.

 

지하철 아차산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면 천호대로 길 건너로 높다랗게 붉은 벽돌로 지은 우리 교회가 보인다.

 

나는 모태에서부터 교회를 다녔고, 일흔 나이를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주위로부터 기독교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껍데기 교인일 뿐이다.

 

주관적으로는 신앙심이 깊지를 않아서 툭하면 교회를 빠지기 일쑤이고, 객관적으로는 교회를 위해 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던 그 어린 시절에는 그래도 꽤나 모범적인 교인으로 주위에 비쳐졌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평가했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새벽기도도 거의 거르지 않고 다녔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고서라도 갔고, 춥고 바람 부는 날에는 방석을 뒤집어쓰고서라도 갔다.

 

그렇게 교회 다니는 것이 열성이었으니 찬송과 성경암송에 있어 또래들 보다 앞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 성경암송은 대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최고상을 받을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교회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내 나이 열여덟로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서른셋 나이의 울 엄마를 잃은 것이 그 단초가 됐다.

 

병든 엄마 병구완한답시고 탄광을 하던 아버지 사업까지 망하는 바람에 갑자기 가난해진 집안 사정으로, 폰 브라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꿈꾸며 그렇게도 열망하던 향학은 접어야 했고, 이어서 너무나 고된 막노동 현장으로 내몰려야 했다.

 

엄마 잃은 7남매의 맏이로서, 어떻게 해서든지 어린 동생들을 배곯게 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하루 벌어 겨우 하루 먹는, 어쩌면 마치 하루살이 같이 현실의 삶에 급급해야 했었다.

 

꿈이고 희망이고 하는 단어는 사치스러운 남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 사이에 내 오른팔 같고 왼팔 같은 두 동생까지 잃고 말았다.

 

내 그렇게 좌절을 겪고 또 겪으면서, 하나님을 원망했고 심지어 그 존재까지 부정했다.

 

내가 교회에 발걸음을 끊은 것도 바로 그때쯤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늘 떠나지를 않고 있었다.

 

내가 교회를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은, 36년 전으로 거슬러 아내와 결혼하면서부터였다.

 

애비는 모태신앙이라고 했잖아. 모태신앙은 결코 하나님과의 연을 끊을 수 없는 거야. 이제는 먹고 살만도 하니,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교회를 다녀야 해. 방황하면 안 돼.”

 

독실한 기독교인이신 장모님이 어느 날 그렇게 그동안 교회와 연을 끊고 있던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셨다.

 

결국 내 처신이 달라지고 말았다.

 

어느 날 문득 교회를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다는 후회가 있었고, 그 끝에 아내와 함께 장모님께서 적을 두고 다니시던 우리 서울시민교회에 발걸음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교회를 새롭게 다니기 시작하면서, 뒤늦게 내 마음에 찾아드는 부끄러움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성경에 대한 이해부족이었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한 구절 한 구절 성경을 접하기는 했지만,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는 그 결과였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나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독실한 신앙심의 장모님은 틈만 나면 성경을 통독하시고 밤새워 성경을 베껴 쓰고는 하셨다.

 

장모님의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마음에 새로운 다짐 하나를 담기 시작했다.

 

그것이 성경필사였다.

 

그 즈음해서 우리 교회에 새로 부임하신 권오헌 목사님께서 성경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셨다.

 

권 목사님의 그 권하심이 또 내 마음을 흔들었다.

 

이제는 시기만 문제일 뿐 성경필사는 당연한 것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성경필사를 시작하지는 않고 있었다.

 

일단 시작을 하면 끝은 봐야하는데, 성경책의 그 두께가 내게 압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에 지난해 장모님께서 오랜 투병생활 끝에 생을 마감하시면서,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살아생전에 사위인 내게 성경필사를 권하시던 장모님이셨기 때문이었다.

 

우리 교회 홈페이지에 성경필사 코너나 있는 것이, 내 그 새로운 마음다짐에 힘이 되기도 했다.

 

오랜 주저함 끝에 성경필사의 그 첫 문을 열었다.

 

지난해 813일의 일이었다.

 

처음 생각에는 거침없이 써내려가서 한 달쯤이면 그 끝을 볼 것이라고 시건방진 생각을 했었다.

 

가다 멈추고 또 가다 멈추고 하는 느림보의 필사로서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그 느림보 필사를 잡아끌어주는 손길들이 있었다.

 

우리 교회 성도이신 김태녀 오도순 같은 분들이시다.

 

그 분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끊임없이 성경필사를 하시는 분들로서 그 횟수와 필사 속도가 처음 도전하는 내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특히 우리 순을 맡으신 안휘국 권사님께서도 열성이 대단하셔서 일찌감치 자신의 성경필사를 끝내놓으시고 이렇게 나를 부추겨주고 계셨다.

 

장모님이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실 거예요. 힘내세요.”

 

당연히 내게 큰 힘이 됐다.

 

결국 그렇게도 꿈꾸던 성경필사를 끝냈다.

 

필사를 시작해서 299일째가 되는 201467일 토요일인 바로 오늘 오전 94429초의 일이었다.

 

성경 구약 39권에 1,331, 성경 신약 27권에 423쪽 해서, 모두 66권에 1,75431,089절의 성경필사를 마친 것이다.

 

감사한 것은, 그 필사 과정에서 성경에 대한 이해까지 생기더라는 것이고, 깊은 감동까지 얻게 되더라는 것이다.

 

특히 며느리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를 떠나지 않으려하는 대목을 그린 룻기 115절에서 18절까지의 말씀과, 너무나 성실해서 사탄의 시험을 받게 된 하나님의 종 욥의 이야기를 담은 욥기 11절에서 5절까지의 말씀, 78절의 말씀, 4210절에서 17절까지의 말씀과, 예수님의 산상수훈 가운데서도 형제간의 화합을 가르치는 내용의 마태복음 522절에서 24절까지의 말씀과, 사랑을 간결하게 정리한 고린도전서 134절에서 7절까지의 말씀과, 기독교인들의 처신을 일목요연하게 적은 야고보서 112절에서 15절까지의 말씀과,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열매 맺을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내용을 담은 베드로후서 15절에서 6절까지의 말씀은, 그동안 방탕한 삶을 살았던 내 처신을 새롭게 하고 또 강하게 붙잡아주는 말씀들이었다.

 

5년 전으로 거슬러, 검찰청수사관이었던 내가 서초동에 사무소를 차렸을 때, 우리 서울시민교회에서 개업선물로 내게 안겨준 성경 구절이 있었다.

 

욥기 2310절의 바로 이 말씀이었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내가 성경필사에 나섰던 299일의 날들, 그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졌던 단련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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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국님의 댓글

안희국 작성일

집사님!  수고 많으셨어요... 두꺼운 손가락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장모님께서 하늘에서 환하게 웃고계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사위가 빈말이 아니었구먼. 언제나 성경을 붙들고 예배와 기도와 교제에 힘쓰시던 연세보다 지나치리만치 부지런하고 깔끔하신
  김전숙 집사님 이런날은 웬지 더 보고싶습니다.  집사님... 필사를 통해서 이제 주님의 사랑을 확실히 알게되심에 감사하면서
  지난날의 아픈 상처와 추억들은  예수님께 더 가까이 하시며 치유되고 회복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래도 주님을 떠나지 않고
  주님과 함께 하므로 이제 승리하셨습니다...세상끝날까지 내가 너와 함께하시마 하신 약속을 붙드시고 힘차고 기쁘고 감사하며 생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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