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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People-김철봉 목사님, 묵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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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원섭 작성일20-03-11 19:25 조회812회 댓글1건

본문

 

Sweet People-김철봉 목사님, 묵은 선물

 

 

2020311일 수요일인 바로 오늘 오전의 일이다.

 

그동안 아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내게 넘겨준 책 더미를 챙겨보던 중에, 특별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부산기독교문화회에서 발행한 살기 좋은 지옥, 살기 힘든 천국이라는 책으로, 책 표지가 누렇게 바랜 묵은 책이었다.

 

95 부산기독인 수상집(7)’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으로 봐서, 부산의 기독교인들이 쓴 글들을 모아놓았겠다 싶었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처음에는 책의 출처에 대해 기억하지를 못했다.

 

책 안에 그 답이 있었다.

 

책 표지를 넘겨봤더니, 맨 첫 장에 이 책을 우리 부부에게 선물한 기록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 기록, 곧 이랬다.

 

주님 안에서. 기원섭 이진애 님! 서울시민교회 金哲奉 牧師 드림. 安息年 97. 6. 30. 김포공항

 

그때서야 이 책의 출처에 대한 자초지종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23년 전으로 거슬러 1997630일에, 그동안 우리 부부가 적을 올려 다니고 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우리들 서울시민교회에서 담임을 맡고 계시던 김철봉 목사님께서 안식년을 맞아 해외출국을 하시게 되었었고, 그때 우리 부부가 배웅을 나갔었고, 그 배웅을 고마워하신 김 목사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신 것이었다.

 

그랬음에도 그동안 이 책을 읽지도 않고 그대로 묵혀두고 있다가, 이제야 그 책을 펼쳐보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김철봉 목사님의 묵은 선물이었다.

 

책에는 제 1‘53번의 크리스마스2어머니의 구두3진지한 만남해서, 모두 3부에 59편의 글이 실려 있었다. 

 

한 편 한 편 그 모두가 가슴 찡한 감동의 글들이었다.

 

감동에 감동이 이어지면서 내리 그 책을 다 읽어버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콧잔등을 시큰하게 하면서 가슴 깊이 감동으로 담긴 글이 한 편 있었다.

 

2부의 제목이 된 어머니의 구두라는 에세이였다.

 

그 글은 수필가로서 부산기독교문화회 문학분과위원장이기도 한 부산 괴정제일교회의 이영애 집사님이 쓴 글이었다.

 

한밤중에 대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 시각에 드나들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여 귀를 곤두세우는데, 발자국 소리는 방문 앞에서 멈추었다. 서성대는 인기척에 간간히 섞인 마른기침은 어머니였다.//

 

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 첫대목에서 이 글은 이 집사님이 시어머니를 기리는 사연을 담는 것이겠거니 했다.

 

며늘아, 오늘 교회 안 하는 날이가? 예배당에 갔더니 캄캄하고 문도 잠겼더라.”

 

인기척에 궁금해진 며느리가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 어둑한 거실 의자에 외출복 차림새로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이 집사님에게 묻는 말이 그랬다.

 

가벼운 치매의 시어머니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불을 밝혀 바라본 시계는 세 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새벽예배가 시작되려면 두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에 어머니는 그제서야 시계를 잘못 본걸 알고서 아버님이 주무시는 방으로 들어갔다. 잠은 이미 달아난 듯 외투를 입은 채 우두커니 벽을 향한 어머니의 모습이 유리문에 비추어졌다. 한참 후 대문을 밀고 나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다시 들려왔다. 설친 잠을 포기하고 나도 성경책을 챙겨 어머니 뒤를 따라갔다.//

 

이어진 그 대목에서, 시어머니의 며느리 이 집사님에 대한 배려와 이 집사님의 시어머니에 대한 순종이 읽히고 있었다.

 

나도 니 따라 새벽기도 나갈란다.”

 

절에 열심히 다니시던 시어머니가 그리 자청한 것은, 그동안 큰동서네 집에 얹혀사시다가 막내며느리인 이 집사님 집으로 거처를 옮긴지 석 달쯤 될 무렵이라고 했다.

 

놀라운 변심이었다.

 

다음은 시어머니의 그 변심 대목이다.

 

큰댁에서 지낼 적에도 절에 갈 때면 우리 집에 들러 목욕재개하고 시줏돈을 받아가시던 어머니께서 불쑥 나도 교회 갈란다!’라고 선언한 이후, 어머니의 새벽기도는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뒤늦게서야 하나님을 믿게 되었으니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노라고 스스로 채근하기도 했다. 아버님은 완고한 무신론자인데다가 어머니는 지극 정성으로 절을 찾으시고 불심이 많은 큰동서의 눈치가 보여 교회 운운하지 못했는데 막상우리와 합거하고도 전도를 실천하지 못하기는 여전했다. 막내 집에 의지한다는 부담감으로 마음이 편치 않을 터에 기회랍시고 복음을 전할 수가 없었다. 그런 터에 어머님의 시원한 한 마디는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성전 마루에 무릎 꿇고 엎드린 시어머니의 뒷모습을, 이 집사님은 멀찍한 뒷자리에서 보면서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무엇을 간구하는 것일까? 하루하루 사그러지는 육신을 앞에 두고 무엇을 위해 기도하실까? 어머니의 야윈 어깨에는 회한과 눈물의 세월이 배여 있었다. 일정시대를 보내고 해방과 동란의 틈바구니에서 현해탄을 건너간 남편을 기다리며 다섯 남매를 양육하고, 십여 년 만에 돌아온 지아비를 눈물고름으로 맞이하여야했던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였다. 아직도 살림이 펴이지 않는 자식 걱정에 뜬눈으로 지새우고, 때로는 혼자 고생했던 시절을 돌아보며 아버님께 원망스러운 푸념을 쏟곤 했다. 눈물과 수고로 얼룩진 팔십 여생을 살아온 어머니는 하나님께 무엇을 말씀드리고 있을까?//

 

내 나이 열여덟에 서른셋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뜬 울 엄마가 여태 살아계셨다면 그 나이였겠다 싶었다.

 

그 대목에서 내 그만 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

 

그 시어머니가, 겨울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날, 마루 끝에서 마른 가지를 지켜보며 해바라기를 하던 바로 그날 밤에, 편안한 자태로 주무시듯이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그 순간을 이 집사는 이렇게 적어놓고 있었다.

 

언젠가 들려준 기도문의 한구절인 아무쪼록 자는 잠에 하나님 아버지께서 데려가 주이소라고 한 것처럼 여지껏 보여준 적이 없는 맑고 고운 얼굴로 생을 마감했다. 무정한 사람이라고 투정하던 지아비의 애끓는 눈물 배웅을 받으며.//

 

이 대목에서 나는 뜨거운 눈시울을 터뜨려야 했다.

 

언젠가 다가올 훗날의 내 모습이 거기 있다 싶어서였고, 아내의 모습 도한 거기 있다 싶어서였다.

 

주르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고, 남은 글을 계속 읽어갔다.

 

이 집사님은 그렇게 가신 시어머니가 남겨놓은 유품 중에 구두가 한 켤레 있었다고 회고했다.

 

글은 마지막은 바로 그 구두에 얽힌 사연을 털어내는 것이었다.

 

그 대목이다.

 

어머니의 유품 중에 구두가 한 켤레 있었다. 예배당에 오갈 때만 아껴 신던 구두로서 크기가 작아 임자를 못찾던 중 교회바자회 때에 내놓았다. 그 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새벽기도에서 누군가가 벗어 놓은 어머니의 구두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어머니 돌아가심을 잊고 두리번거리다가 어머니가 엎드렸던 그 자리에 몸집이 작은 노인이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새벽설교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그 맴돈 말이, 곧 이랬다고 했다.

 

며늘아, 오늘 교회 안 하는 날이가? 예배당에 갔더니 캄캄하고 문도 잠겼더라.’

 

내 그 대목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꺼이꺼이 흐느껴야 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철부지 내 손을 잡고 새벽기도를 갈 정도로, 교회에 그토록 열심이었던 울 엄마 생각이 울컥 내 가슴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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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국님의 댓글

안희국 작성일

오랫만에 집사님의 글을 보면서 저도 울컥합니다. 우리 이집사님도 조금씩 진행이 되면서 항상 아침 저녁 하는말이 오늘 교회가는 날이냐구요.... 어떤때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대여섯시쯤 되면 너무 빨리 일어났다면서 허둥대는 모습 마치 글에 시어머님 실감납니다.  집사님의 글에는 언제나 울엄마가 얼마나 그립고  보고픈 사람인지 절절히 새겨지고 있습니다.  엄마....  참 고맙고 한없이 따스한 사랑이 넘치는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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